“침묵은 때때로 가장 큰 외침이다.”
2071년 3월 11일 새벽 2시 47분. 화성 기지 ‘뉴호프 1’의 경고등이 깜빡이기 시작했다. 평소와 다를 바 없는 야간 근무조였지만, 엔지니어 루카 에반스의 모습이 어느 순간부터 보이지 않았다. 그는 ‘레드듄 구역’으로 홀로 점검을 나간 상태였다. 대기압 경보가 한 번 울린 뒤, 모든 통신이 끊겼다.
■ 루카, 한 사람의 이름
루카 에반스, 34세. 지구에서의 직업은 항공우주국 소속 엔지니어였으며, 화성 이주 프로젝트에 자원한 초기 멤버 중 한 명이었다. 그는 유쾌하고 따뜻한 사람이었다. 아침마다 자신의 딸에게 보내는 영상편지엔 이렇게 적혀 있었다.
“아빠는 붉은 하늘 아래에서 오늘도 너의 이름을 불러. 넌 항상 내 우주야.”
그가 남긴 마지막 영상은 기지 내부에서 모두의 마음을 무겁게 만들었다. 그의 장례식은 화성에서 치러진 최초의 장례식이었다. 작은 돔 안, 유리창 너머로 붉은 풍경이 보이는 가운데, 모든 대원들이 헬멧을 벗고 고개를 숙였다. 장례문구는 그의 음성으로 설정되었다.
“우리는 언젠가 모두 별이 되겠지.”
■ 일론 머스크, 침묵의 밤에 홀로
루카의 죽음 이후, 일론 머스크는 며칠 동안 방에 틀어박혀 있었다. 그는 평소처럼 결단력 있는 리더가 아니었다. 모니터에는 루카의 헬멧 카메라에서 마지막으로 기록된 영상이 반복 재생되고 있었다. 그 장면엔 루카의 숨소리, 그리고 정체불명의 ‘진동음’이 함께 남아 있었다.
“내가 놓친 건가… 아니면… 우리가 너무 일찍 온 걸까…”
그의 손엔, 자신이 직접 설계한 최초의 화성 로버 도면이 들려 있었다. 그는 자신이 믿어온 미래가 과연 인류를 위한 것이었는지, 처음으로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고 있었다.
■ 갑작스런 통신 두절, 그리고 메시지
루카의 장례식을 마친 이틀 후. 지구와 연결되던 주 통신 위성이 완전 정지 상태에 빠졌다. 지구에서 보낸 어떤 신호도 도달하지 않았고, 화성에서 보내는 데이터도 돌아오지 않았다.
그 순간, 루카의 사망 지점 근처에서 정체불명의 신호가 포착됐다. 반복되는 기묘한 패턴과 낮게 울리는 주파수. 그것은 인간의 언어가 아니었지만, 누군가의 의도를 가진 듯한 메시지였다.
“...생명... 존재... 경계... 너희는 누구인가...”
■ 붉은 행성의 문 앞에서
그날 밤, 일론은 다시 회의실에 모습을 드러냈다. 피곤에 절은 얼굴이었지만, 그의 눈동자엔 이전보다 더 깊은 무언가가 담겨 있었다.
“우리는 지금 역사상 가장 중요한 문 앞에 서 있습니다. 우리가 이곳을 개척한다고 믿었지만… 어쩌면 우리는 그들의 흔적 위에 서 있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그는 루카의 이름을 조용히 불렀다. 그리고 선언했다.
“우리는 진실을 밝히기 위해 여기 남는다.”
■ 다음 화 예고
제6탄에서는, 정체불명의 신호 해독을 위해 지구와 화성 양쪽에서 고대 문명의 기호학자들이 협업에 나섭니다. 그리고, 놀랍게도 고대 수메르 문명과 화성 문양 사이의 연결고리가 드러나기 시작합니다. 인류는 이제 “우리가 혼자가 아니었다”는 단서를 발견하게 됩니다.